나는 남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해서 그들이 이해를 했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짝꿍에게 수학문제를 설명해 주면서 처음 느꼈고, 지금까지 쭉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꿈이 선생님이었다.

 

미국에서의 박사과정동안에도 이런 경험이 많다.

공대수업은 실험을 해야 하는 수업이 많은데, 조교로서 학생들에게 설명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다른 많은 박사생들이 조교 보다는 연구에 집중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오히려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이 나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큰 심적 변화가 생기는 사건들이 여럿 있었다.

나의 지도 교수님은 석사생들을 지도할 때, 박사생들에 멘토링을 맡기고 박사생의 연구에 참여 시킨다.

박사생들은 멘토링 경험을 쌓기도 하고, 석사생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석사생들도 연구에 큰 부담없이 멘토에게 배울 수 있어 서로 윈윈이다.

 

사실 나 처럼 실무 개발 경험이 있는 박사에게 석사생들의 도움은 크지 않다.

배경지식을 가르쳐주는데 걸리는 시간 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게 더 빠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명하는거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꺼이 시간을 투자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거니까 비효율 적이다 뭐다 이런 후회하지 말고 하자"

이게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음 가짐이었다.

 

그런데 하나 둘, 여러 명의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의 마음가짐이 무너짐을 느꼈다.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내가 설명하는 건 열심히 듣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떠났다.

 

나는 그동안 이런 상황이 올때마다 민감하게 느끼지 못했다.

"아, 이친구의 연구 진전이 없네"라고 느낄 때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워했다.

 

그런 와중에 가장 슬펐던 일화가 나를 변하게 만들었다.

나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 연구한 석사 친구가 있다.

기간 내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나를 잘 따르고 열심히 했다.

우리는 사적으로도 친해져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 친구가 마지막 학기 때 지원한 회사에 합격하자, 갑자기 하고 있던 연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문자가 왔다.

졸업할 때 되었으니 때가 연구를 그만하겠다는 건 동의를 했지만, 연구실에 와서 얼굴도 한번 보고 교수님에게도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 친구는 단호했다. 가기 싫다고 한다.

 

배신감도 느꼈고, 원만도 많이 했다.

하지만, 무조건 원망만 할 수는 없다.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했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것을 투영하는 대상 설정이 좋지 않았다고 본다.

석사들에게 필요한 설명을 해야 하지만, 너무 과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들에게는 그만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도 그들과 윈윈 하기 위해 일적으로 적절한 선을 지켜야 했었던 것 같다.

 

둘째, 상대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어야 했다.

석사생들의 결과물이 좋지 않거나, 진전이 없을 때, 적절한 시기에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자신들이 잘하고 있는지 뒤쳐졌는지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셋째, 나의 역할을 명확하게 알아야 했다.

사실, 나도 학생이다. 내가 그들을 가르쳐야 할 책임을 없다. 그들이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교수님께 이야기해서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혼자 끙끙 앓기만 했고, 연구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언젠가 <게임 이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핵심을 정리한 문구가 기억난다.

1. 반드시 협력해라.

2. 상대방의 배반에 반드시 응징해라.

3. 화해가 들어오면 용서하고 협력해라.

4.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

 

1. 반드시 협력해라.

이 부분은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친했던 석사친구가 떠난 뒤, 이후에 들어오는 석사생들이나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비협조적인 적도 잠깐 있었다. 하지만, 나의 기본 성향을 봤을 때 먼저 협력하는 건 문제없다.

 

2. 상대방의 배반에 반드시 응징해라.

항상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만들어 왔던 것 같다. 이건 상대방이 의도했던 안했 던 자주 일어난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오버한 적도 있었고, 조절을 못했다.

상대방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꼭 대응을 해야 한다.

 

3. 화해가 들어오면 용서하고 협력해라.

한번 상대가 싫어지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말 끊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상종을 하지 말아야 할 정도로 안 맞는 사람은 드물다. 상대가 바뀌거나 이익이 되면 협력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특히, 감정적일 때가 있는데 좀 더 이성적으로 상대를 바라봐야 할 것 같다.

 

4.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

일관적인 태도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떨 때는 석사친구들에게 "데드라인 신경 쓰지 마"라고 했다가, "너 좀 서두르는 게 좋겠다." 했다가 나 스스로도 이랬다 저랬다 한 적이 많다.

물론, 상황은 바뀔 수 있지만, 큰 기조는 견지한고, 상대가 헷갈리지 않도록 우직함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처음 게임이론 나의 과점을 너무 부정적으로 바꾸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긍정 부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서로서로 윈윈 하는데 필요한 이성적인 사고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박사과정이 끝날 때쯤 고민한 부분이라서 실제로 적용을 해보지는 못했는데, 회사생활 하면서 비슷한 상황에 잘 적용했으면 한다. 

 

미래의 나야, 게임이론 잘 적용해 봤니? 소감을 한번 들려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