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진학할 때 석사와 박사 사이에서 고민은 좀 했었다.

5일 차 때 썼던 것처럼, 나는 교수가 목적은 아니었고 연구와 개발 능력을 가진 개발자가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일을 한다면 석사경험으로도 충분히 나의 꿈을 이뤄 나갈 수 있다고 생각도 들었다.

 

석사로 시작해서 박사도 괜찮겠다 싶으면 박사로 쭉 가자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무언가 맘이 편하지가 않았다. "왜 그렇지?"

 

"회사 그만두고 유학 가는 거면 박사까지 해야 하나?"

"박사라는 타이틀이 가지고 싶은 건가?"

"이왕 하는거 교수 도전 해 볼 수도 있잖아?"

 

그 당시를 객관 적으로 본다면 모든 생각들이 조금씩 영향을 준 것 같다. 다만, 박사부터 도전하지 못한 이유는 나 스스로가 박사를 할만한 자질(?) 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나름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공부가 재밌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운 좋게도 학부 때 전공공부는 재미있어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지만, 수학 물리와 같은 기초과목들이 탄탄하지 못해서 자신이 없었던 거 같다.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멤돌고 있을 때, 학부 때 나를 기억하실 만한 교수님 두 분을 찾아서 상담을 하러 갔다. 

그중 한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박사를 잘해 낼지 말지는 네가 정하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거는 네가 관련 연구를 정말 좋아하느냐이다."

 

더 구체적인 말씀을 하셨지만, 이 두 문장이 기억난다.

그렇다. 내가 아무리 고민해 봤자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연구는 다른 무엇보다 내가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적어도 박사때 할 연구 분야는 있다. 내가 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나는 박서 졸업을 며칠 앞두고 있다. 좋은 결과를 이루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동안 매일 재미있는 걸 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