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뒤, 약 1년간의 준비기간은 롤러코스트를 탄 것 같이 느껴진다. 엄청 암울하기도 했고 아주 기쁘고 즐거웠던 기억이 교차한다.

 

회사 마지막 출근 날...

돌아오는 길에 활짝 폈던 핑크빛 꽃.. 냄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길가에 쭉 늘어진 꽃이 나의 가슴을 찡하게 한 기억이 난다. 표현하기가 힘들지만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다.

 

첫 달은 동기부여를 하자고 와이프와 캘리포니아 여행을 했다. 실리콘 밸리에 가서 IT 회사들도 구경하고, 대학교 구경도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스테픈 커리의 NBA 농구 경기를 보는 게 사실 주목적이었다.

 

기분 좋게 시작한 유학준비는 시작과 함께 페이스가 완전 말려 버렸다. 의욕이 앞서서 유학준비에 필요한 모든 과목을 수강신청 하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일정이 타이트해서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하면 도저히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보름 만에 체력이 방전 되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결국 학원도 안 가고 몇 주를 폐인처럼 지냈다. 그렇게 첫 두 달의 롤러 코스트를 끝으로 조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과목도 한 번에 하나씩 마스터하기로 해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 학원과 도서관 왔다 갔다 하는 것에 적응이 되었다.

 

중간중간 나름 즐거운 추억도 기억난다. 영어회화 학원 선생님 Vic과 친구가 되어 함께한 농구는 내 인생 첫 외국인과의 농구였다.  Vic 은 슛을 쏠 때마다 "For the win!"을 항상 외쳤다. 토플 스터디 멤버들과 마지막 스터디 끝내고 가졌던 회식도 즐거웠다. 교수님을 만나고 난 뒤 자주 갔었던 모교 주변 중국집에서 혼자 먹은 짜장면은 왠지 모르게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원 진학에 요구되는 것들을 준비한 뒤에, 입시 시즌이 다가왔다. 크게 경쟁력 있는 경력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많은 학교에 지원 하자라는 전략이었다. 적어도 미국 랭킹 50위 내의 학교는 모두 지원한 것 같다.

 

다음 롤러코스터를 탈 시간이 되었다. 지원한 곳에서 계속 탈락 메일이 오는 것이었다. 시차 때문인지, 새벽에 메일이 왔다. 한참 결과가 오는 기간에는 거의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무 곳에서도 합격을 시켜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

내 경력은 이제 끝나는 건가?

다시 회사에 취업준비를 해야 하나?

아니면 재수(?)를 해야 하나?

다른 사람들이 이걸 알면 어떡하지? 어떤 변명을 해야 하지? 

 

그러 던 어느 날 합격 메일이 왔다.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됐다... 

해냈다....

 

이후에 몇 군데 합격 메일이 더 왔고, 그중에서 괜찮다고 생각되는 곳을 결정하게 되었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초반에 오버페이스 그리고 심리적인 불 안 함 때문에 무엇을 할 때마다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매끄럽지 못한 것이 아니라 파괴 적이다. 더 나쁜 것은 그런 나를 스스로 비난하고 더 나아가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못되게 굴며, 부정정인 아우리를 마구마구 풍기는 것이다. 유학준비할 때도 그랬다. 와이프와 부모님 모두 힘들어했을 것이다. 

 

유학준비 기간에 와이프와 무지무지하게 싸웠다. 모든 건 이렇게 요약이 된다.

나: "난 이제 망했어. 시험을 망쳤어. 준비를 제대로 못해서 지원조차 못할 거야. 내 인생은 끝났어"

와이프: "아냐 잘하고 있어. 지금 문제는 이렇게 저렇게 준비하면 되잖아"

나: "아냐 안돼. 난 이제 망했어."

와이프는 항상 나는 격려하고 대안을 제시했고, 나는 항상 부정했다. 오히려 와이프의 생각을 바꾸어 나처럼 생각하게 만들려고 했던 거 같다.

 

그 당시 나는 아주 스트레스와 새로운 도전과정에서 오는 난관에 아주아주 취약했다. 사실 이런 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그것을 고쳐 보고자 유학을 선택한 이유도 있다. 오죽했으면 유학의 목적을 "실패하기 위해 유학을 간다"라고 정했을까.

 

이후에 휴학을 가서도 이런 "지랄발광"을 몇 번 더 했다. "지랄발광"은 우리 가족이 나한테 자주 하는 말이다.

 

3일 차는 좀 우울했던 기억에 대해서 써야 했다. 앞으로 며칠을 이런 기억이 더 있다. 회피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괜찮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니까.

 

일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나아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에피소드를 쓰면서 얼마나 나아졌는지 나 스스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