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간의 유학 생활을 돌아보는 첫 번째 이야기로, 내가 왜 유학을 떠나게 되었는지 돌아본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5년차에 접어들 무렵, 흔히들 말하는 매너리즘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매일 반복적인 업무가 나를 다른 무언가를 갈구하게 만들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나는 반복적이고 계획된 일을 좋아 하는데 말이다. 무엇이 나를 이런 상태로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뭘까..
아! 그렇지!
"내가 프로그래밍을 정말로 좋아 하는데 지금 하는일은 단순히 키보드에 무언가를 타이핑하는 것에 불과하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입사 때부터 나는 쭉 한가지 기능을 유지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3년차 까지는 소스코드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4년차가 넘어가면서는 발생하는 이슈나 추가로 해야 하는 코딩이 예전에 해왔던 것들과 같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맞아, 이때 부터인 것이다. 나는 함께 일하는 선배, 동료에게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 사수는 이를 아주 공감 하면서 내부적으로 역할을 바꿔 보자고 제안했었다. 나도 동의를 했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모두들 행동에 이르기 까지에 강한 의지는 없었다. 이렇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5년차 봄이 시작될 무렵, 무었 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나의 고민을 와이프에게 이야기 하였다. 와이프는 나와 학교 같은과 CC였기 때문에, 이런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굉장히 도전적이다. 나에게 유학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사실 나는 대학교 졸업 당시 대학원 진학을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막연히 공부를 더 하고 싶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이미 회사에 합격통지서를 받은 나로써는, 막연한 동경보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게 당연했다.

와이프와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달 동안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유학을 정말 간다고 가정하고 준비해야하는 것들을 적어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고민 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학부 마지막 학기때 숙제로 했던 "5년뒤의 계획" 이라는 글을 발견한다. 해당 글 중 일부를 발췌 한다.

여자친구와 진지하게 앞으로의 미래를 이야기 하던 중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외국에 나가고 싶다” 물론 저와 여자 친구 모두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서 외국에 나가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보다 서양의 문화를 접해 보고 싶었고, 여자 친구는 여행을 좋아하고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 생각에 외국에서 일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컴퓨터라는 놈에게 관심이 많이 가 있었지만 여자 친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일단 외국에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준비도 안되어 있는 상황에 모든 여건은 힘들었고, 저희 집에서도 반대를 하셨기 때문에 일단 유학은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 올해가 왔습니다. 그 동안 여자 친구도 자신의 관심분야(수학, 미술, 꾸미는것? -> 컴퓨터 그래픽스)와 컴퓨터를 잘 연결 지어서 컴퓨터에 관심이 생겼습니다.(저의 영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계획은 대학원의 진학이었습니다. 둘 다 국내에 좋은 대학원에 진학하고 그 이후에 외국에 나가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명 모두 대학원에 진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제껏 학비를 부모님께서 내주셨는데, 대학원이나, 유학 가는데 비용을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했습니다. 그래서 국내 대학원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지만 외국에서의 생활이 불투명했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 내도록 여자친구와 싸우기도 하고, 고민도 하면서 결국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취업을 해서 돈을 모으고, 여자 친구는 그 동안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합니다. 그리고 박사 후 연구과정?(정확한 용어를 모르겠습니다.)을 외국에서 하고, 그때 저는 외국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합니다.

아... 맞아! 나는 계획이 있었구나!
이미 5년전에 나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나는 얼마지나지 않아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